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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우리 모두 언젠가의 MZ세대 였다

기분이 조크든요

 

요즘 대학생들은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 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그릇된 생각들로 도전한다. 강의에서는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며, 무시해도 되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그들은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중략)
그들은 주일에는 성당에 가는 대신, 친구들과 마을을 쏘다니거나 집에 틀어박혀 빈둥거리며 기껏 펜을 든다는 게 연애편지나 끄적인다. 성당에는 여자애들을 꼬시러, 또는 잡담이나 나누려고 간다. 그들은 부모님이나 교단으로부터 받은 학자금을 술집과 파티와 놀이에 흥청망청 써버 린다.

- 1311년, 알바루스 펠라기우스

 

 

MZ세대가 화두입니다. 

밀레니얼로 구분되는 80~0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 그리고 Z 세대로 구분되는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을 통칭하여 MZ세대 (MZ-Generation)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특징은 '디지털 기기와 그것을 활용한 문화에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갓난쟁이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만졌냐 아니냐로 구분해보면 밀레니얼과 Z세대도 정말 다른 세대이겠죠.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는 약 1,700만 명(19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33%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 소비의 절반가량이 이 세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나이대를 보면 당연한 수치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MZ세대 ‘모시기’에 집중한 마케팅이 한창이고, 고객으로서의 MZ뿐만 아니라 MZ세대인 직원들을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데에도 노력을 들이고 있는걸 보면 분명 영향력은 대단한 동시에 다른 세대가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게 아닌가 합니다.

 

응답하라 199x

 

하지만 MZ세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면서도 늘 이해하지 못하는 지금의 '기성세대' 역시 그 언젠가 누군가의 MZ세대였습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태어날 즈음 20대를 보낸 (지금의 4, 50대)는 'X 세대'로 불리며 그때의 기성세대에게는 연구대상이었습니다. 심지어 세기말 감성이라는 시대적인 조미료가 더해져 당시에 X 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사회적인 관심과 충격.... 의 정도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감성은 지금도 어렵읍니다...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나 탄식은 MZ나 X세대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서두에 인용한 14세기 중세 신학자의 탄식에서도 알 수 있고, 심지어 청동기 시대의 유물에서도 조선왕조실록에도 발견된다고 하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에서나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 어쩌면 MZ세대가 유별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사실은 그 시대의 젊은세대가 '할 수 있는 일과 생각의 한계'가 어느정도까지 주어지냐의 차이가 아닐까요. 

물론 개방적인 시대로 변해갈 수록 '젊은' 세대가 행동할 수 있는 '도구'는 다양하고 파급력이 강해집니다. 또 자유로운 시대로 변해갈 수록 주장의 목소리는 커지기 때문에 디지털이라는 무기를 가진 이들의 영향력은 여느 젊은세대보다 강력한 것은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는 '늘 파격적이고 새로운 것에 두려움이 없고 표현에 주저함이 없을 뿐'이라는 본질적인 특징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것 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스스로 확장했던 세계에 자부심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고생해서 가꿔 온 만큼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지키고 싶은 생각이 들겠죠. 그걸 바라보는 다음 세대는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를 다시 넓혀 가는 모든 과정들이 사실 특별하지 않은 순리라고 생각됩니다.

 

 

온 세상이 MZ세대의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MZ세대를 위한 마케팅이 한창이고 이들에 대한 연구 모임, 서적은 말할 것도 없으며 여러 회사에서도 MZ세대를 포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MZ라는 세대는 별나라에서 온 사람들인 마냥 이질적이거나 전에 없던 아이디어들을 쥐어짜내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어려워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도 다음의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우리 모두가 언젠가의 MZ세대였음을 떠올리면 최소한의 보편타당한 원칙이나 기준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아일보 기사 <'21. 2. 22>

 

 

기업들은 최근 MZ세대로 구분되는 신입사원들이 평가기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을 두고, MZ와 기존 사원들의 차이를 고민하고, MZ가 만족할 평가제도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MZ세대만이 만족하는 평가제도란 있을 수 없습니다. 해당 기업의 제도에 불만과 의구심 역시 MZ세대만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었겠죠. 다만 그 이전의 선배들은 그것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없이 혈기왕성한 시절을 보내버렸고, 신입사원들은 그것을 드러낼 도구가 있고, 개인의 목소리도 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있는 것이 더 큰 차이입니다.

 

억지스러운 발랄함을 트렌디하게 보이게하려고 'MZ를 위한' 이라는 마법의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것보다는 본질적이고 기본이 충실한 접근을 하는 일이 이 다음의 MZ 세대를 맞이하기에도 훨씬 수월하고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의 과거를 자극하며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응답하라 1997'이 나온 것이 2012년이니 그 때 기준으로 15년 전 시대를 소환한 것 입니다. 2021년인 지금 15년 전을 소환하려면 '응답하라 2006년'을 외쳐야 한다니 아찔하네요. 걸쳐있기는 하지만 MZ라고 할 수 있는 저에게도 2006년은 정말로 얼마 전 같은데요.